우정은 세상을 돌며 춤춘다 본문 추천년도 2014 겨울 저자/역자 수유너머R 글, 김진화 그림 수준 고등학생 어려움 분야 인문사회 출판사 너머학교 출판일 2014.07.30 총페이지 200p 서로 스승처럼 친구처럼 사귀면서 고전의 글귀를 가다듬고 생각의 물꼬를 터왔던 젊은 학자들이 고전을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자신들의 고전 강좌에 참여한 어린 벗들의 눈빛을 생각하며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청소년을 위한 고전 입문서가 많이 나왔지만 이 책은 앞선 책들과는 뭔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음이 이채롭다. 무엇보다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삶을 서로 접속시키는 시도가 눈에 띈다. 제1장에 소개된 에피쿠로스의 <쾌락>은 경쟁에 매몰된 요즘 젊은이들이 우정의 가치를 회의적으로 보는 태도에 대한 충고가 아닌가 싶다. “친구들의 도움이 우리를 돕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이 도와줄 것이다’는 믿음이 우리를 돕는다.” 에피쿠로스의 이 유명한 말에는 우정이란 구체적인 유용성 보다 그 자체만으로 행복을 준다는 지혜가 담겨 있다. 에피쿠로스는 또 이렇게 말한다. 우정의 본질은 우연한 마주침이니 항상 불안한 법이라고. 우정을 새롭게 하려면 친구와의 모험을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이제 세상에 진출해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의 기로에 서있는 청춘들은 이 책 2장에서 사마천의 <사기>를 만나는 것이 어떨까. 가치관의 혼돈 시대에 옳음을 택하자니 두렵고 그름을 택하자니 수치스럽다. 그럴 때 억울한 모략과 견디기 힘든 굴욕의 형벌을 당하면서도 끝내 그 울분을 이기고 <사기>라는 방대한 역사서를 남긴 사마천의 삶을 헤아려 본다. ”천도는 과연 있는가“라는 그의 외침은 세상에 옳고 그름이 없다는 허무 발언이 아니라 의로운 일을 했으나 역사에서 잊힌 자들을 나 사마천이 반드시 기록하리라는 소명 의식의 표현이었다. 루소의 <에밀>이 등장하는 3장은 배움의 문제를 고뇌하는 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대목이다. 이성이나 지식보다 몸 전체의 감각을 중시하며 직업의 획득이 아니라 자연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인간을 루소는 교육의 이상으로 삼는다. 지금 생각해도 얼마나 진보적인 발상인가. 신체와 가족 등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것 때문에 가혹한 운명을 탓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오이디푸스>3부작을 소개한 4장에서 힘을 얻기 바란다. 근친상간과 친부살해의 운명을 피하지 못했지만 스스로의 선택으로 자신의 눈을 찌르고 아테네에 육신을 묻은 오이디푸스와 크레온의 악법을 거부하고 친오빠의 시신을 묻은 안티고네야말로 신을 탓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당당히 감당한 자의 용기를 보여준 것이다. 마지막 5장에서는 도스토엡스키의 <죄와 벌>이 소개된다. 주인공의 살인 행위가 정당화 될 수 없듯이 이 세상의 문제가 결코 차가운 논리로 해결될 수 없다. 인간 내면의 진정한 구원은 이성과지식이 아니라 오직 우리의 영혼과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는 감각에서 온다. 혹시라도 성마른 열정에 빠진 청춘들에게 도스토옙스키의 소설만이 줄 수 있는 귀한 조언이다. 다섯 명의 저자가 뜻을 모은 이 책의 서문은 간곡하면서 아름답다. 고전을 읽다 보면 유독 눈이 머물고 가슴을 뛰게 만드는 문장이 있으니 그것을 붙잡고 생각을 이끌어 가라는 충고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고전을 통해서 삶을 변화시키는 앎이 싹트기를 바란다는 글귀 앞에 마음이 움직인다. 바로 저자들이 이 책을 저술한 긍극의 목적일 터이다. - 백택현 (서울 숭문중학교 사회교사, enhae55@hanmail.net)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