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여성 첫 세계일주기 본문 추천년도 2018 여름 저자/역자 나혜석 지음 수준 고등학생 어려움 분야 인문사회 출판사 가갸날 출판일 2018.01.30 총페이지 232p 1927년 6월. 조선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은 조선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세계 일주를 떠난다, 경성역에서 출발하는 대륙 열차를 타고 만주와 러시아를 거쳐 유럽의 중심부를 향하는 여정이었다. 파리를 거점 삼아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유럽의 주요부를 섭렵한 그녀는 대서양을 횡단하여 미국으로 입성한다, 그리고 태평양을 가로질러 일본을 거쳐 부산으로 귀환했으니 장장 1년 8개월에 달하는 여정이었다. 그 당시 늘 화제를 불러온 신여성이었던 만큼 장안의 관심은 뜨거웠다.이 책은 세계 일주를 마친 후 그녀가 삼천리 등 각종 잡지에 실은 글을 모아서 엮은 여행기로서 그녀가 체험한 서구 선진국 문명들에 대한 인상이 생동감 있게 펼쳐져 있다. 뜻밖에 이 여행기에는 조선 여성의 자유와 해방을 외치고 3.1운동에도 가담했던 그녀의 강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시아, 아프리카 식민지의 희생을 이용해 번영을 누리는 서구 선진 제국들을 세계적 차원에서 비판도 할 만한데 정작 그런 글은 찾아볼 수 없다. 1927년 식민지 시대의 경성은 여전히 낮은 집들과 장작 달구지와 분뇨 수레의 악취를 떨치지 못했다. 반면에 런던. 파리, 베를린, 뉴욕 등의 서구 도시들은 지금도 우리가 보는 도시 공간을 그때 이미 완성한 상태였다. 나혜석은 그 압도적인 차이를 목격했다.식민지가 된 조국과 서구 제국들 사이의 그 엄청난 차이를 모른 척할 수는 없고 또 그렇다고 호들갑을 떨 수도 없다. 나혜석은 그때 자기의 의견이나 평가를 붙이지 말고 그저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독자에게 상세하게 묘사해서 전달하는 것으로 여행기를 끌어간다.서구 문명의 총아들, 이를테면 파리의 지하철, 스위스의 산악 열차, 암스테르담의 운하 등의 매력과 기능을 묘사하면서 조선에는 왜 이런 것이 없는가 한탄하지 않는다,서구의 풍요를 보면서 조선이 결여한 것을 떠 올리는 것은 독자가 알아서 할 일이다.특정한 장소에 대해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그래서 러시아에서는 거리 청년의 얼굴에서 혁명이 남긴 스산함을 읽고, 뉴욕에서는 이 도시의 장대한 규모를 먼저 설명하며, 프랑스와 이탈리아 기행에서는 압축된 서양 미술사를 강의한다. 노동자들이 일을 끝낸 후 몰려가는 카페, 레스토랑, 활동사진 상영관 등에서 그녀는 퇴폐적인 공사 기간보다 시민 사회의 자유를 느낀다.다시 말해서 이 여행기는 봉건의 유산을 끓고 자아를 되찾으려는 조선 여성 나혜석의 여러 가지 욕구를 반영한다. 내 조국의 인민들에게 서구 시민 사회의 다양하고 활기찬 모습을 전하고 싶은 욕구, 영국, 프랑스의 여권 활동가를 만나고 조국에서 그 뜻을 펼쳐 보고 싶은 미래를 꿈꾸고 싶은 욕구, 그리고 화가로서 뜻을 세우고 싶은 욕구 등이 이 여행기에 담겨 있다. ‘파리에서 머리를 짧게 자르고 서양 옷을 입고 빵이나 차를 먹고 사랑의 꿈을 꾸고 싶다’라는 그녀의 말대로 무엇보다 자유롭게 살자는 욕구가 넘실댄다. - 백택현 (책따세 운영진 eunhae55@naver.com)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