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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추천도서

남산골 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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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년도 2018 여름
저자/역자 정명섭 지음
수준 중학생 쉬움
분야 문학
출판사 서유재
출판일 2017.07.25
총페이지 216p


일찍이 문서를 숭상하는 나라답게 조선은 왕의 명령을 기록한 관보를 발행했다. 왕의 모든 발언을 기록하는 승정원이 발간한 이 관보에는 왕의 하명뿐만 아니라 각 지방에서 올라오는 유생들의 상소와 지방관의 보고서, 심지어 천재지변과 기상 상황, 시중에 나도는 이야기들까지 담았다고 한다, 매일 아침마다 발행되었기 때문에 조보(朝報)라고 불리었다.

당연히 이 조보는 각 관청에서 파견된 아전들에 의해 필사되어 배포되었고 지방관아에는 출장 아전인 경주인들에 의해 필사되어 한양보다 며칠 늦게 받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오늘날의 정보 이론을 이 상황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나랏님이 무엇을 명령했는지, 누가 무슨 상소를 올렸는지 궁금한 상인들과 저자거리의 서민들은 이 조보를 돈을 주고 사서라도 얻고 싶었을 것이다. 필사본은 대량 생산이 불가능했으니 누군가 조보를 인쇄본으로 발행하고 싶었을 것이다. 조보를 많이 팔기 위해서는 한문에 조예가 있는 서생이 해설을 붙여 주기를 원했을 것이다. 이쯤 되면 이 조보가 무엇으로 변신하게 되는지 우리들은 알아챌 수 있다. 바로 근대 신문의 탄생이다.

<남산골 두 기자>는 위에 말한 역사적 상황을 설정하고 용기 있게 조보를 만든 보통 사람들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융통성은 없으나 정의와 의리 앞에서는 기개를 꺾지 않는 고지식한 남산골 선비 김생원과 충직하고 영민하지만, 차츰 신분제도의 모순을 깨달으며 고뇌하는 노비 관수가 바로 그 두 기자이다. 빈민을 구휼하는 활인서의 열악함, 고아원의 아이들을 노비로 쓸려고 데려가는 양반가의 몰염치. 얼음 값을 올려 받기 위하여 독점 행위를 저지르는 모리배의 몹쓸 행태는 관수의 발로 뛰는 추적과 김생원의 서슬 퍼런 문장으로 조보에 기사화되어 응징을 당한다. 이 소설은 당대의 이야기 속으로 매몰되지 않고 등장인물의 발언을 통해 신분제도의 모순이나 지배 계급의 위선을 비판한다. 그런데 이 책의 매력은 그 비판과 풍자의 말이 생경하지 않고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아마 작가의 익살맞은 문체와 구체적인 고증을 바탕으로 그 시대의 풍속을 실감 나게 묘사한 덕분이 아닐까 싶다.

위 소설에 안 나오는 대목이지만 이 부분은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선조 10년(1577년)에 사헌부의 허가를 받아 민간인들이 활자로 인쇄된 조보를 3개월 동안 발행했던 사실이 나타난다. (선조실록, 선조수정실록, 율곡 이이의 석담일기) 실제 역사는 끔찍했다. 민간에서 조보를 발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선조는 일개 백성 따위가 사사롭게 실록을 쓰고 있다면서 노발대발하였다.

무려 30여 명이 끌려가 벌을 받았다고 한다.
 

1577년 우리는 근대 언론의 여명을 흘낏 보았고 그 몇 달을 못 참고 언론을 탄압한 군주의 민낯도 본 셈이다. 그래서 새삼 언론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다행스럽다.



- 백택현 (책따세 운영진 eunhae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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