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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추천도서

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

본문

추천년도 2014 겨울
저자/역자 남재일 지음
수준 일반/교사 아주 어려움
분야 인문사회
출판사 천년의상상
출판일 2014.09.22
총페이지 315p
개정/절판 품절



대형 서점에 가면 성공 수기들을 모아 놓은 책 코너가 자주 눈에 띈다. 남다른 탁월함과 경이적인 노력으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은 독자들에게 용기와 위안을 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은근히 한 가닥의 불편한 심사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건 웬일일까?

저 책에서 강조하는 덕목이나 능력을 모든 사람들이 다 갖춘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어찌 보면 쓸데없는 연상이 떠오르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 주인공들처럼 적극적 사고방식의 소유자이고, 새벽에 일어나 먹이를 찾는 부지런한 새들이라면 그만큼 사회도 발전하겠지만 혹시 경쟁은 더 엄혹해지고 세상은 더 각박해지는 것 아닐까? 어차피 앉을 의자는 제한되어 있는데 남보다 빠르게 의자를 차지하는 사람들의 능력을 한껏 칭송하면서 명확하게 존재할 수밖에 없는 탈락자들에게는 자질 미달이라며 멸시한다면 우리 사회가 언제까지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을지 조마조마하다.

“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은 말은 안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이러한 허위의식들을 세밀하게 까발리는 일종의 사회비평서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자본주의 사회를 분석하는 도구로 제시한 것이 바로 “유혹”의 정치라는 개념이다. 그것은 상위 1%의 지배를 위하여 나머지 99%가 그 1%를 욕망하도록 유혹하는 시스템이다. 더구나 그 유혹의 시스템이 대중을 기만한 결과가 아니라 그들의 동의에서 나왔다는 지적에 소름이 끼친다. 스스로 유혹 받기를 원한 대중은 저마다 자기 계발의 의지에 사로 잡혀 자기를 착취하는 데 골몰한다, 이 자기 착취는 개인적 성실함으로 칭송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비인간적이고 물신화된 경쟁 구조를 더 단단하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때 대중을 유혹하는 정보와 지식, 그 허위의 메시지를 저자는 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로 지칭한다. 푸코와 보들리야르를 인용하며 그 메시지에서 권력의 의도를 밝혀내는 대목은 이 책에서 가장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이 유혹의 정치에서 탈주할 수 있는 “또 다른 삶의 방식”이란 없는 것일까?

먼저 자유로운 개인으로서의 삶이다, 여기서 자유는 개별화된 개인이 누리는 해방감의 영역을 넘어서 자본주의의 물신적 욕망과 통념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삶, 다시 말해서 주체적으로 사는 삶을 의미한다, 그런데 사회적 의존도가 극대화된 현대 사회에서 나의 자유로운 삶은 다른 사람들의 자유와 연대하고 소통하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윤리-정치적 주체로서의 결단을 동반하지 않는 자유는 허망하기 때문이다, 결국 자유로운 개인이 사회적 연대와 행복하게 만나는 지점에서만 우리는 “또 다른 삶의 방식”을 찾을 수 있다. 평화 운동이 배제된 양심적 병역 거부나 피해자의 소리를 외면하는 사형폐지론에 대해서는 저자가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사적 글이 많이 수록되어 호흡이 짧고 편향적 관점이 드러난다는 점이 이 책의 단점이기는 하다. 그러나 지배 이념에 기울어져 언어를 편향되게 사용하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실상을 이렇게 매섭게 비판한 책도 드물 것이다. 오늘날 유혹의 언어들이 끝없는 욕망과 대책 없는 경쟁을 부추기는 현실을 근심하는 사람이라면 그 “거짓말”을 진지하게 파헤치는 이 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 백택현 (서울 숭문중학교 사회교사, enhae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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