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없는 것들 1,2 본문 추천년도 2013 여름 저자/역자 김열규 수준 고등학생 아주 어려움 분야 인문사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2013.02.28 총페이지 각209p ‘이젠 없는 것들’이라니. 책 제목이 이렇게 쓸쓸할 수 있을까? 더구나 믿어지지 않는다. 불과 반세기도 안 되는 세월에 우리의 눈길 밖으로 사라진 것들이 이렇게 많단 말인가.동네 어귀에 버티고 있던 장승과 물레방아, 뒤뜰의 장독대와 부엌의 큰 아궁이, 마을 입구의 큰 마당과 고샅길 등을 지금 만나 보기란 쉽지 않다. 어느새 세월에 닳아 잃어버린 촉감의 흔적들은 더 애틋하다, 삭풍이 몰아치는 추운 날 온 식구가 같이 발 묻었던 아랫목의 온기, 할머니의 따뜻한 약손은 다 어디에 갔을까. 그리고 저자가 “귀에 사무치고 코에 서린 것들”이라고 표현한 다듬이 소리, 황소 울음, 할머니 군소리, 술 익는 냄새, 깨와 콩을 볶는 냄새 등은 어디 꿈결에서나 만날 수 있으려나.저자는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애달픔에 젖는 것, 눈에 삼삼하고 가슴에 저려오는 우리네 풍경과 정서들을 이 책에 담았다고 했다. 그래서 고샅길을 소개하면서 그 옛날 그곳에서 숨바꼭질하던 아이들을 마치 눈앞에 있는 듯이 불러내는가 하면 하잘 것 없는 고구마나 개떡 한 보시기를 들먹일 때도 그것에 어머니의 살뜰한 잔정이 담겨 있다는 듯 줄줄이 끌어낸다.무엇보다 이 책에는 한국 문화의 원형을 현장에서 오랫동안 탐구한 저자가 평생 동안 찾아낸 온갖 민담과 고사, 예화 등이 가득 차있다. 그래서 우리가 하찮게 여겼던 토박이 사물들, 이를테면 대장간, 구멍가게, 초가삼간, 옷고름, 칡뿌리, 처마 끝 고드름, 길거리 쇠똥까지, 맥맥히 내려오는 민초들의 온갖 사연과 꿈을 품고 있는 생명력 있는 것들이 되어 우리들과 당당히 교감하는 존재가 된다.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제목 그대로 ‘이젠 없는 것들’에 대한 감성적인 회고담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건 오해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이젠 없는 것들’의 생명력과 가치를 생생하게 기억하게 함으로써 우리에게 ‘지금 없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지혜로운 책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오늘날 우리가 잃어 버린 채 살아가는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그 근원적인 상실감을 깊이 있게 환기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이 근원적인 상실감이란 무엇일까? 속 깊은 독자라면 이 책의 곳곳에서 이제는 인류가 따뜻한 공동체적 삶으로 다시는 회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저자의 문명사적 인식,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살가움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고 자연과 인간 사이의 직접적인 친화성도 희미해 질 것이라는 안타까움 등을 읽어 낼 것이다.이 책을 소개하면서 은근히 걱정스러운 점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그 옛날 소중한 기억의 잔해들을 찾아 냈지만 꽉 막힌 아파트 사이에서 흙과 풀 냄새도 모르고 살아온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감싸는 분위기는 따뜻하고 유머러스하다. 이 노학자가 자신의 어린 시절 느꼈음직한 순진한 동심을 책 곳곳에 되살려 놓았기 때문이다. 책의 어느 꼭지를 국어 교과서에 옮겨 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문체가 쉽고 부드럽다는 점도 우리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할 만한 이유이다. - 백택현 (서울 숭문중학교 사회교사, enhae55@naver.com)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