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서울에 오다 본문 추천년도 2014 여름 저자/역자 박홍순 지음 수준 고등학생 아주 어려움 분야 인문사회 출판사 탐 출판일 2014.02.19 총페이지 228p 지나간 냉전 시대, 한동안 마르크스는 이 땅에서 어두운 시대의 유령을 뜻하는 금기어였다. 그 후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시대의 변혁적 분위기를 타고 철 늦은 마르크스 사상이 기세를 떨칠 때 역설적으로 이 사상을 국가 원리로 삼았던 소련과 동유럽의 공산권이 처절하게 붕괴되는 역사를 우리들은 목격하게 되었다. 이후 마르크스 사상에 대한 우리의 시각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정리된 듯하다. ‘이론은 그럴 듯하나 현실에서는 실패한 흘러간 과거의 사상, 그것이 마르크시즘이다‘라고. 이런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저자는 마르크스의 눈을 통해 이 자본주의의 맨 얼굴을 밝히겠다고 용기 있게 나섰다. 그것도 청소년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을 통해서 말이다. 저자는 우리가 불합리하다고 보는 일상적 사례들 중 상당수는 마르크스가 그렇게 강조했던 계급적 관점으로 보면 의문점이 풀린다고 주장한다. 이를 테면 왜 TV 드라마에는 그렇게 상류층의 사랑 이야기가 많고 가끔 민주 국가의 선거 제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불공정한 게임처럼 보이는지를 마르크스의 시각으로 흥미 있게 설명해 준다. 더 나아가 한국 수출 대기업의 생산성은 올라가는데 왜 일반 서민들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는지도 조목조목 짚어준다. 다시 말해 자본가의 끝없는 이윤 욕망이 노동자의 희생과 빈부 격차를 낳게 했으며 그로 인해 확대된 경쟁과 소비 욕망의 이데올로기가 인간을 물화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이와 상반되는 주장도 잘 안다. 자본가의 탐욕이 사실은 기업가의 창의성이며 이를 통한 기술 혁신과 폭발적 생산력이 오늘의 물질적 풍요를 가져온 사실과 자본주의의 모순을 그처럼 예리하게 비판한 마르크시즘이 막상 그 대안을 내 놓는 데 무력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은 마르크스의 사상을 계급 혁명의 문건으로만 보지 말고 그저 사회를 인식할 때 비판적 상상력을 제공하는 중요한 고전 정도로 받아 드리는 게 좋겠다. 그런 점에서 어떤 현상을 개별화하지 않고 외부에서 찾는 시야를 제시한 그의 유물론은 존중할 필요가 있다. 한 시대의 관념은 지배 계급의 이해관계를 반영한다는 그의 이데올로기론이 비합리적 인습의 본질을 폭로하고 인간 해방 논리로서 기여했음도 인정하자. 오늘날 마르크시즘이 계급투쟁이나 혁명 이론으로는 빛을 잃었지만 문화, 페미니즘, 환경 등 새로운 관점에서 그 비판적 동력을 잃지 않고 있음은 다 이러한 획기적인 사고방식의 전환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에서 우리가 느껴야 할 것은 자본주의가 빈부격차나 인간 소외 등의 근본적 문제점을 소홀히 할 때 마르크시즘은 억압당하는 사람들 마음에서 언제라도 살아 움직일 수 있는 불씨라는 점이다. 마르크시즘이 시대적 감시자의 역할을 했기에 자본주의는 더 쇄신하고 번영할 수 있었다는 역설적 교훈을 찾아내는 것도 이 책의 성공적인 독서 방법이 될 듯하다. - 백택현 (서울 숭문중 사회교사 enhae55@hanmail.net)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