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여인에 빠지다 본문 추천년도 2014 겨울 저자/역자 조혜란 지음 수준 고등학생 아주 어려움 분야 인문사회 출판사 마음산책 출판일 2014.06.30 총페이지 344p ‘춘향에서 향랑까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 속 여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네들의 치열하고도 애틋한 삶과 마주하게 된다. ‘춘향’에게서 사랑에 풍덩 빠진 소녀의 설렘을 느끼며 그때의 춘향이나 요즘 십대들이나 모두 용기있는 자들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사씨남정기』의 ‘사정옥’에게서는 엄격한 세상의 규칙을 살아내야 하는 모범생의 고단함을, ‘교채란’에게서는 삐뚤어진 욕망으로 가득 찬 허영을 엿볼 수도 있다. ‘홍계월’, ‘옹녀’에게서 가부장제의 조선시대에 악착같이 삶을 살아가는 여인들의 모습과 경쟁으로 가득한 현대에 ‘문’ 하나를 겨우 열기 위해 살아가는 우리들 모습이 겹쳐지기도 한다. 소설 읽기는 삶을 읽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고전 소설을 버거워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의 내용을 이야기해주면 흥미를 끌겠다 싶어 몇몇 꼭지를 아이들과 함께 읽었다. 그 중에서 구운몽의 ‘백능파’, 숙영낭자전의 ‘숙영’, 사씨남정기의 ‘교채란’에 대해 여학생들이 관심을 보였다. 특히 구운몽을 문제집으로만 만난 아이들은 인어공주보다 훨씬 주체적인 ‘백능파’ 이야기를 동화로 만들어 여자 아이들에게 읽혀야 한다고 목에 힘주어 말한다. 또 ‘숙영’은 자신의 떳떳함을 알리려면 자결이 아닌 시비 매월을 뒷조사를 철저히 하는 지혜가 필요했다며 아쉬워하기도 하였다. 사씨남정기의 ‘교채란’에 대해서는 “얄밉다, 인간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반대파와, “여자가 자신의 욕망을 감추지 않고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용기 있다, 여자라고 이렇게 못하냐!”는 긍정파가 논쟁을 하기도 하였다. 설왕설래하던 아이들은 진지하게 이 책은 문학을 어느 정도 배우고, 삶의 방향을 정한 학생들이 읽어야 한다는 것으로 끝을 냈다. 옛 여인에 빠져버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목이 터져라 소설 지문을 분석한 수업시간들이 아쉽기까지 했다. 그냥 두면 더 많을 것을 찾아내는 아이들…. <삼한습유>를 통해 처음 만난 마모처럼 지혜롭다! 한 호흡으로 읽기보다 겨울밤 조금씩 나눠가며 옛 여인에게 말을 걸어보자. 고전소설이 나른하기만 한 아이들은 어느새 옛 여인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 상상은 깊이를 더하고, 생각은 넓어져 세상 속에서의 자신의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까지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이수정 (경기 양일고등학교 국어교사, sjjina@naver.com)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