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국어사전 본문 추천년도 2015 겨울 저자/역자 박일환 지음 수준 일반/교사 아주 어려움 분야 인문사회 출판사 뿌리와이파리 출판일 2015.10.05 총페이지 264p ‘미친 국어사전’이라고? 꽤나 자극적인 제목의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간단하고 명확하다. 무엇보다도 사고와 언어의 가장 기본 지도인 국어사전이 너무나 변변치 않다는 진실을 모두 분명히 깨닫자는 뜻에서다. 또한 저자가 이미 밝혔듯이 “국어사전다운 국어사전”을 하루빨리 마련하자는 강렬한 소망에서다.책장을 펴 보면 시인이자 국어 교사인 저자가 찾아낸 의 문제점들이 빼곡하다.이게 국어사전이라니! 너무 놀라 그만 다시 닫고 싶을 정도다. 국립국어연구원이 펴냈기에 무조건 국가 대표 국어사전이 되는 기존의 불합리한 공식을 더 이상 인정하기가 어렵다.먼저 저자는 이 국어사전이면서도 정작 우리말보다 한자어와 외래어를 설명하는데 더 열중한다고 비판한다. 충분히 공감한다. 평소 국어사전을 수시로 들춰보면서 느낀 소회 그대로다.뿐만 인가. 사전의 기본 기능인 뜻풀이마저 황당할 만큼 이상하다. 이를테면 은‘우리말’을 ‘우리나라 사람의 말’이라고 풀어놓았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간단한 풀이를 찾아보려고 국어사전을 굳이 들여다보아야 할까?더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조차 당장 껄끄러워진다. 그럼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외국인이 말하면 우리말이 아닌가? 우리말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말하는 이의 국적과 결정적인 관계가 있는가? 그럼 이중국적자의 말은 우리말이 될 수 없는 것인가?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저자가 이미 지적하였듯이 은 ‘순우리말’이란 표제어를 별도로 설정하고 ‘우리말 중에서 고유어만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어놓았다. 그렇다면 ‘우리말’ 항목에 달린 몇 개의 예문들이 당장 이상해진다.“순수 우리말”, “우리말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자”, “우리말에 대한 인식이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는 예문들 대문에 우리말과 순수 우리말, 순우리말의 의미는 서로 겹치며 이내 혼란스러워진다. ‘우리말=순수 우리말≠순우리말’이라고?이 책의 차례는 저자가 보기에 이 우리의 사고와 인식에 가하는 큼직한 테러 유형 분류다. ‘한자어를 사랑하는 국어사전, 외래어를 사랑하는 국어사전, 이상한 뜻풀이, 사전에 없는말, 신어의 문제, 차별과 편견을 부추기는 국어사전, 어설픈 백과사전 흉내 내기, 낱말 분류 항목의 부적절함, 방언과 순화어, 북한어의 문제, 용례와 출처의 부실함, 그 밖의 문제들’ 등등.모두 13장에 걸쳐 저자는 이 국어사전으로서 지닌 문제점들을 꼼꼼하고도 차근차근 지적한다. 이 책을 권하는 숨은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을 읽다가 보면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를 논리적으로 접근하며 설득력 있게 논증하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무심코 지나치는 ‘미친’ 대상과 현실에 대하여 과연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지 사유를 더욱 심화해 간다면 금상첨화다.두루 알다시피 사전은 모르는 분야로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지도다. 이는 단순히 인식의 차원만이 아니라 정서의 차원까지 담고 있는 과거의 집약이며 그 분야의 미래를 보여주는 현재다.특히 국어사전은 언제 어디서나 모든 사전으로 나가게 하는 기본의 기본 지도다. 특히 일제 강점기를 겪은 우리에게 국어사전은 우리 국어학자들이 조선어학회 사건 등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도 목숨을 걸고 키워왔던 독립 정신과 민족정신의 정수 그 자체였다.하지만 후손인 우리들은 지금까지 제대로 국어사전 하나 만들어내지 못했으니, 또한 그러한 노력조차 찾기 어려우니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이제 ‘미친’ 모습의 일부를 파헤쳤으니 제대로 된 국어사전, 국어사전다운 국어사전, 선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전을 만들어야 한다. 친일 극복의 시작과 끝 또한 여기에 있으리라. 사전을 제대로 만든다는 것은 사고와 인식, 언어와 현실을 바로 잡는 길이기 때문이다.사전의 중요성을 진작에 공감한 어른들이라면 반드시 읽어 보시라고 추천한다. 또한 사전을 읽으면 왜 더 모르겠고 짜증이 나는지 평소 궁금했던 중고등학생, 깊이 사유하기 좋아하는 청소년이라면 충분히 읽을 만하다.- 허병두 (서울 숭문고등학교 국어교사, wisefree@empas.com) 목록